티스토리 뷰

반응형

도서관에서 찾은 '데미안'의 표지.

<데미안> 헤르만 헤세
1.두 세계
2. 카인
3.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
4.베타트리체
5.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운다
6 야곱의 싸움
7 에바 부인
8 종말의 시작

머리말 
<모든 인간의 삶은 저마다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기링고, 길을 가려는 시도이며,
  하나의 좁은 길에 대한 암시> 

제1장 : 두 세계
p34-35
나는 지금도 어디선가 느닷업이 다시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다면,
소스라치게 놀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시각 이후로 툭 하면 그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다. 
내가 어디에 있든, 무슨 놀이를 하고 무슨 일을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
그 휘파람 소리가 집요하게 쫓아왔다. 
그 소리는 그때부터 나를 옭아맸고 내 운명이 되었다. 

중략

나는 번번히 크로머에게 욕설을 듣고 바보 취급을 당했다.
그를 기만하고 그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은 사람은 나였다. 
그의 것을 훔친 사람도 나였고, 그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도 나였다!
내 인생에서 그렇듯 절박한 궁지에 몰려 본 적도 별로 없었고, 그보다 더 큰 절망과 더 큰
구속을 느껴 본 적도 결코 없었다. 

나는 크로머를 위해 일해야 했다.

그무렵 나는 일종이 정신 착란상태에 있었다. 
나는 고통스럽게 겁에 질려 유령처럼 살았다.

가족들의 삶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나 자신을 거의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나는 마음을 닫고 차갑게 대했다.

제2장 카인

막스데미안

강자가 약자를 때려죽였어. 

왜 너희들이 그를 때려죽이지 않지?  그러면 그들은 
우린 겁쟁이니까' 라고 대ㅏㅂ하지 않앗어
'그럴 수 없어, 그에겐 표식이 있어.... 

카인이 고매한 인간이고 아벨이 겁쟁이라니!  카인의 표식이 훈장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나는 아벨과 같은 부류였다. 
이제 <다른>세계ㅖ에 깊이 휘말려 있었다. 

<새 전학생>에 대한 많은 소문이 나돌았다. 

내 박해자(크로머)
새로운 고통 새로운 종살이



P65 
아아, 이제는 잘 안다. 
사람들이 자기 자기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이 세상에 결코 없다는 사실을! 


제3장 : 예수와 함게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 

 


'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ㅏ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P85 


데미안의 말


하느님을 모든 생명의 아버지라고 찬양하지만, 정작 생명의 토대를 이루는 성생활은 아예 묵살하고 악마의 일, 죄악이라고 선언하고 있다니까! 

나는 이 야훼 하느님을 숭배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아.  조금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숭상하고 신성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

이처럼 인위적으로 떼어 내어 공식적으로 인정한 절반이 아니라 세계 전체를 말이지! 그러니까 우리는 하느님에 대한 예배와 더불어 악마에 대한 예배도 드려야 해. 나는 그게 옳다고 봐.

아니면 악마까지 포함하는 하느님을 만들어 내든지. 그러면 그 하느님 앞에서는 이 세ㅏㅇ의 더없이 자연스러운 일들이 일어날때 두 눈을 감지 않아도 될거야. 


(싱클레어)

내 문제가 모든 인간의 문제이고 모든 삶과 사유의 문제라는 깨달음이 성스러운 그림자처럼 불현듯 나를 스쳤다. 

'

'

이제 어린아이로 머물러서는 안 되며 홀로 서야 한다는 책임감의 여운이 담겨있었던 탓에, 그 깨달음은 가혹했고 알알한 맛을 남겼다. 


(데미안) 

우리가 삶으로 실천하는 생각만이 가치가 있어. 

목사님이나 선생님처럼 나머지 반쪽 세계를 숨기려 했지.

그걸 숨길 수는 없어!

누구든 일단 생각을 하게되면 절대 숨길 수 없어. 

P90

(데미안)

'우리는 말이 너무 많아' 

그가 평소와는 다르게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 똑똑한 말들은 아무 가치가 없어. 아무 가치도 없다고. 다만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질 뿐이야.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죄악이야. 거북이처럼 완전히 자기 자신 속으로 기어 들어갈 수 있어야 해.' 


(싱클레어) 

나 말고는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모두가 이쪽을 봐야 했다.

모두가 전율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데미안은 여행을 떠나고 없었다. 

나는 혼자였다. P93


<제4장> 베아트리체


소심한 겁쟁이.재수 없는 괴짜 

다시 집을 떠나는 게 좋았다.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얼마나 끔찍이 오랫동안 영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가! 

말하고 싶고 생각을 털어놓고 싶은 욕구 


그토록 오랫동안 내 마음은 침묵을 지키고 초라하게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자기 비판, 이런 공포, 영혼의 이런 모든 끔찍한 감정도 반가웠다.   그것은 감정이었으며, 불길이 타오르고 심장이 꿈틀거렸다! 

당혼스럽게도 나는 비참함 가운데서 해방감과 봄기운 같은 것을 느꼈다.

.

.

학우들 사이에서

 주동자, 굉장한 녀석, 엄청 용감하고 재치 있는 놈으로 이름을 날리는 동안,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겁에 질리 영혼이 두려움에 떨며 파닥거렸다.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나의 영혼, 나의 과거, 나의 어머니, 하느님 앞에 무릎굻고 있었다. 


마음으로 드리는 예배였다.


반은 남자 같기도 했고 반은 여자 같기도 했으며, 나이를 알 수 없었고, 의지가 강하면서도 몽상적으로 보였고.... 

누군가를 닮았는데, 누구를 닮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방에 혼자 있게 되는 즉시 그림을 꺼내어 대화를 나누었다. 


그것은 데미안의 얼굴이었다. 


나는 오래도록 그림을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그것은 베아트리체도 데미안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느낌이 서서히 들었다. 


나의 내면, 나의 운명 혹은 나의 악령이었다. 

p117

<운명과 심성은 한 개념의 다른 이름들이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보다 더 잘하는 누군가가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두면 좋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두면좋아!> -데미안


제 5장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운다


데미안으로 부터 온 편지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아브락삭스는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하는 상징적 임무를 지닌 신의 이름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한다> 


우리가 숭배하는 신은 고의적으로 떼어 낸 세계의 반쪽일 뿐. 

그것은 공식적으로 허용된 <밝은>세계였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전체를 숭배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므로 악마이기도 한 신을 숭배하든지 아니면 신에 대한 예배와 나란히 악마에 대한 예배도 드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브락사스가 바로 신이기도 하고 악마이기도 한 신이었다. 


삶을 향한 동경

사랑을 향한 동경


그 완전히 내적인 형상은 내가 찾고 있던 신에 대한 외부의 암시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결합되었다. 그 결합은 점차 더 내밀하고 긴밀해졌으며, 나 자신이 그 예감에 찬 꿈속에서 아브락사스라는 이름을 부른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희열과 공포, 남자와 여자가 뒤섞여 있었으며, 더없이 신성한 것과 추악한 것이 한데 얽혀 있었고, 깊은 죄가 어없이 섬세한 무죄를 가르며 움찔했다. 

사랑은 내가 겁에 질려 느꼈던 것과 같은 동물적인 어두운 충동이 더 이상 아니었다. 또한 사랑은 내가 베아트리체이 그림에 바쳤던 것과 같은 경건하게 승화된 숭배도 더 이상 아니었다.

사랑은 그 두 가지 모두였다.  두 가지 모두인 동시에 그보다 훨씬 이상의 것이었다.  

사랑은 천사의 영상이며 악마였고,

남자인 동ㅇ시에 여자였고, 인간인 동시에 동물이었고, 최고의 선인 동시에 극단적인 악이었다. 

이런 삶을 사는 것이 내게 주어진 본분인 듯 보였고, 이를 맛보는 것이 내 운명인 듯했다. 

나는 운명을 갈망했고 운명을 두려워했지만, 운명은 언제나 내 곁에, 그리고 내 위에 있었다. -p132 


나는 성인이었다. 그런데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으며 추구하는 목적도 없었다. 다만 오직 한 가지, 내 안의 목소리, 꿈의 영상만은 확고했다.  나는 그것이 이끄는 대로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내 임무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나는 날마다 저항했다. 

 

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려갰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p133


그 무렵 나는 특이한 피난처를 찾아냈다.  <우연히>찾아냈다. 하지만 그런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곡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내게 되면, 그것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 자신, 그 자신의 갈망과 필연이 그것으로 이끈 것이다. 


아브락사스에 대해 당신에게 좀 더 이야기해 주지요. 내가 좀 알거든요.  -교회의 피아니스트, 목사의 아들- 


지구를 뚫고 나오는 새 그림. 


말하자면 버린 자식이라고 할까. 


불꽃을 바라보는 경험 

 자연의 기묘한 형태들을 주시하는 성향이 있었다. 

그 본래의 마법, 그 혼란스럽고 ㅣㅁ오한 언어에 몰입했다. 

내 진정한 삶의 목적을 향한 여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자연 사이의 경계가 흔들리고 녹아내리는 것을 보고, 우리의 망막에 비친 형상들이 외부의 인상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내면에서 오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우리가 ㅓㄹ마나 창조적이며 우리의 영혼이 세계의 끊임없는 창조에 줄곧 얼마나 많이 참여하는지를 이 훈련만큼 쉽고 간단하게 알아 낼 수 잇는 방법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내면과 자연에서 활동하는 것은 바로 불가분의 동일한 신성이다.  만일 외부 세계가 붕괴한다면, 우리 가운데 한 명이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산과 강 나무와 잎새, 뿌리와꽃, 자연의 모든 형성물들은 우리 안에 미리 만들어져 있으며 그 본성이 영원한 영혼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영혼의 본서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대개는 사랑의 힘과 창조의 힘으로 느낀다. 


우리의 영혼도 지금까지 인간의 영혼 안에서 살았던 모든 것을 지니고 있지요. 그리스 인이든 중국인이든 줄루족이든 마찬가지예요. 

일찍이 존재했던 모든 신들과 악마들이 우리 안에 함께 있어요. 

가능성으로 소망으로 탈출구로 존재하지요.  

-피아니스트 피스토리우스- 


[그렇다고 합시다] 나는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개개인의 가치는 도대체 어디 있지요? 우리 안에 이미 모든 것이 완성되어 있다면, 무엇 때문에 노력해야 하지요? 


그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물고기나 양, 벌레나 거머리이고,얼마나 많은 이들이 개미이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ㄲㄹ벌인지 당신은 알고 잇을 거요! 

그런데 그들 모두 안에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깃들어 있어요. 그들이 그 가능성을 예감하고 또 어느 정도 의식하는 법을 배워야만 비로소 그 가능성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지요. 


... 극히 진부한 대화조차도 내 안의 같은 지점을 마치 나지막이 줄기차게 망치질하듯 계속 두드렸다.  모든 대화가 내가 허물을 벗고 알껍데기를 깨도록 도왔다. 


당신은 계속 날고 있어요. 

당신을 잡아채는 커다란 보편적인 힘을 조종할 수 있는 당ㅇ신만의 작고 섬세한 힘, 기관, 방향키를 얻게 될거요! 그건 대단한 거요. 


이제 당신의 영혼이 저 깊은 곳에서 얼마나 <개인적>이 아닌지 알게 될 거요. 


-제6장- 야곱의 싸움


자연이 당신을 박쥐로 만들었다면, 스스로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돼요.  당시은 이따금 자신을 남다르게 여기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고 자책하고 있어요. 그런 습관은 버리도록 해요. 


걸어다니는 화석


친애하는 싱클레어, 우리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요. 신인 동ㅇ시에 악마이고,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게를 동시에 품고 있어요. 아브락사스는 당신의 그 어떤 생각이나 그 어떤 꿈도 반대하지 않아요. 


그리스도가 내게는 인간이 아니라 영웅, 신화, 인류가 영원의 벽에 자신의 모습을 그려 놓은 어마어마한 그림자상이라는 말을 그런 사람들에게 할 수는 없어요. 

성직자는 교화시키려고하지 않아요. 다만 성직자는 교인들, 자신하고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명서, 우리가 우리의 신들을 만들어 내는 감정의 담당자이고 표현이려고 할 뿐이죠

..

우리는 날마다 우리 안에서 세상을 새롭게 개혁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거요. 이 점을 명심해요!

우리안의 영혼이 바라는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해서는 안 되고 금지되었다고 생각해서도 안 돼요.

내 말은 당신의 뇌리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하지만 좋은 의도를 품은 생각들을 억지로 몰아내거나 이리저리 도덕에 뜯어 맞춰서 망가뜨리지 말라는 뜻이에요.


자신이나 다른 누군가를 십자가에 못 박는 대신, 장업한 사상의 잔에 담긴 포도주를 마시며 제물의 신비를 생각할 수 있어요.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그 사람의 모습 속에서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미워하는 거요.  우리 자신안에 없는 것은 우리를 흥분시키지 않는 법이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들은] [우리 안에 있는것과 같은 것들이오. 우리 안에 품고 있는 현실 말고 다른 현실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토록 비현실적으로 사는거요.  외부이 형상들을 현실적인 것이라고 여기고, 자신 안의 본연의 세계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오. 그러면서 행복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단 다른 것을 알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선택할 수 없게 되지요. 싱클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은 쉽고, 우리가 가는 길은 어려워요. 우리 함께 이 길을 가봅시다.  

-피스토리우스-p156-157

내 김나지움 시절이 막을 내렸다. 졸업 후의 한가로운 시간을 이용해 여행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어떤 학과를 선택할지는 아직 미정이었다. 

제 7장 : 에바부인

방학 동안 나는 막스 데미안이 예전에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을 찾아가 봤다. 

p181
내 꿈속의 영상이 이 지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마치 요동치는 기적을 체험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모습의 여인, 내 운명의 특징을 지닌 여인이 존재하다니!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 그런데 그녀는 바로 데미안의 어머니였다. 


나는 여행길에 올랐다. 
나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생각나는 대로, 쉬지 않고 줄곧 그 여인을 찾아 옮겨 자였다. 
그녀를 연상시키고 그녀를 떠올리게 하고 그녀를 닮은 모습들만 만나는 날들이 있었다. 
.
.
호텔의 정원이나 대합실에 하릴없이 앉아서 내 안을 들여다보며 내 안의 영상을 생생하게 살려 내려고 했다. 

내 운명이 나를 끌어당기는 게 느껴졌고, 머지않아 내 운명이 이루어질 것이 느껴졌다. 

너도나도 모두들 똑같이 행동했다.
 ..얼굴을 붉게 상기시킨 명항함은 우울하게도 인스턴트 제품처럼 공허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자유로웠고 온종일 나 자신을 위해 살았다. 
교외의 낡은 집에서 조용히 호젓하게 지냈으며, 내 책상 위에는 니체의 책 몇 권이 놓여 있었다.
나는 니체와 함께 살며 그의 영혼의 고독을 느끼고 그를 끊임없이 몰아친 운명을 냄새 맡고 
그와 더불어 괴로워하고, 또 그토록 냉엄하게 자신의 길을 간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 
행복해했다. 

나는 어느 길모퉁이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데미안!⌋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네가 왔구나, 싱클레어!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네가 아직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우린 그걸 카인의 표식이라고 불렀어. 
  그건 우리의 표식이야. 너는 항상 그 표식을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네 친구가 되었지. 
  그런데 지금은 그 표식이 더욱 뚜렷해졌어.⌋

그들은 한 인간을 죽이는 데 몇 그램의 화약이 필요한지는 정확히 알면서도, 신에게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는 몰라. 
대학생들이 즐겨 찾아가는 술집을 한번 보라고! 또는 돈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유흥업소를 
보든지! 희망이 없어! 친애하는 싱클레어. 그런 것들에서는 명랑한 것이 생길 수 없어. 그렇게 
겁에 질려 모이는 사람들은 두려움과 악의에 가득 차 있어. 서로가 서로를 절대 믿지 않아.

 p189 
나는 그동안 그들이 즐거워하는 우스꽝스러운 방식과 내 고독한 삶 사이의 대립을 자주 느꼈다.
그러면서 때로는 마음이 허전하기도 했고 때로는 그것을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나와는 얼마나 상관없는 것이고 그 세계가 내게는 얼마나 멀리 사라진 것인지를
그날처럼 평온한 마음으로 은밀히 힘차게 느낀적은 없었다. .
.
.
대학생들의 이런 어리석음은 수많은 다른 일들에 비하면 덜 어리석고 덜 나쁜 것이었다.
.
.
나는 오로지 내 운명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향해 오기만을 기다렸다.
.
.
마음은 초조하고 혼란스러웠지만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나를 위해 중요한 날이 밝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주변의 세계가 변한 것을 눈으로 보고 느꼈다. 
주변의 세계는 기대에 차 있었으며 의미심장하고 경사스러웠다. 
사락사락 내리는 가을비도 아름답고 고요했으며 즐겁고 장중한 음악이 넘치는 축제 날 같았다.
생전처음으로 외부세계가 내 내면 세계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이제 영혼의 축제 날이고 이제 살아야 할 보람이 있었다. 
.
.
깊이 파묻혀 어둠에 덮여 있었을 뿐이며, 어린 시절의 행복을 포기하고 자유를 택한 사람도 
세상이 환히 빛나는 것을 보고 어린아이처럼 내적 전율을 맛볼 수 있음을 깨닫고 황홀했다. 

 
p194
나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어떤 맹세도 하지 않았다. 나는 목적지에 이르렀다. 
앞으로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나는 이 세상에서 그 여인을 알게되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이마시고  
그녀 가까이에서 숨을 쉴 수 잇어서 더없이 행복했다. 
그녀가 내게 ㅇ머니이던 연인이던 여신이던 내 곁에 있기만 한다면야!
내 길이 그녀의 길 가까이에 있기만 하다면야!
.
.
친애하는 부인 . 사랑하는 어머니, 그때 저는 차라리 제 손으로 목숨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이 길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힘든가요?
.
.
⌈태어나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에요. 싱클레어도 잘 알잖아요,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고
얼마나 애쓰는지. 지난 일을 돌아보고 그 길이 정ㅁㄹ로 그토록 힘들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오로지 힘들기만 하던가요? 아름답기도 하지 않던가요? 그보다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이 있었을 거 같아요?⌋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힘들었어요.' 나는 잠결에서처럼 말했다. '그 꿈이 나타나기까지는 힘들었어요.' 

⌈그래요, 누구나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 해요. 그러면 길이 쉬워지지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떤 꿈이든 새로운 꿈에 밀려나기 마련이죠. 어떤 꿈도 붙잡으려고 
해서는 안왜요.⌋

⌈.. 나는 목적지를 묻지 않고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저의 운명은 새그림 아래서 저를 어머니처럼, 연인처럼 맞아 주었어요. 저는 오로지 저의 운명에 
속할 뿐, 그 밖의 누구에게도 혹하지 않아요.⌋

⌈그 꿈이 싱클레어의 운명인 한 그 꿈에 충실해야 해요.⌋

⌈싱클레어의 운명은 싱클레어를 사랑해요. 싱클레어가 충실하기만 한다면, 그 운명은
언젠가는 꿈꾸는 대로 완전히 싱클레어의 것이 될 거예요.⌋

⌈그래, 데미안. 참 멋진 분이시더라고! 에바 부인! 그 이름이 완벽하게 어울려. 
  모든 존재의 어머니 같으셔.⌋
.
.
그날부터 나는 아들이며 형제처럼 또한 애인처럼 그 집을 드나들었다. 
대문을 닫고 들어서면, 그렇다, 정원의 키 큰 나무들이 멀리서 시야를 채우면, 나는 마음이 
풍요롭고 행복했다. 밖에는 <현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집안에는 사랑과 영혼이 있었고, 
동화와 꿈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결코 세상과 격리되어 살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생각과 대화를 통해 세상 한복판에서 살았다. 다만 다른 차원에서 살았을 뿐이다.

우리를 대다수 사람들과 갈라놓는 것은 어떤 경계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다른 방식이었다.
  
우리의 과제는 세상에 하나의 섬, 어쩌면 하나의 본보기를 제시하는것, 어쨌든 다른 가능성을
예고하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고독하게 살아온 나는 완벽한 혼자 있음을 맛본사람들 사이에서 가능한 공동체를 
알게 되었다. 
이젠 더 이상 행복한 사람들의 식탁, 유쾌한 사람들의 잔치로 돌아가기를 갈망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아도 이젠 더 이상 질투와 향수에 시달리지 않았다. 
그리고 <표식>을 지닌 사람들의 비밀을 서서히 전수받았다. 


p198 
우리는 깨어난 사람들 아니면 깨어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노력과 행복 추구는 자신들의 의견, 자신들의 이상과 의모, 자신들의 삶과 행복을 집단의 것에  점점 더 단단히 옳아매는 것을 지향햇다.
거기에도 노력은 있었고 거기에도 힘과 위대함은 있었다. 
-그들 역시 우리처럼 인류를 사랑했다 - 


우리는 제각기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는 것만이 우리의 의무이고 운명이라고 느꼈다. 
우리 각자 안에서 작용하는 자연의 싹에 완전히 부응해 그 뜻에 맞게 살고, 불확실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전부 받아들일 각오를 다지는 것만이 우리의 의무이고 운명이었다. 

새로운 것의 출현과 현재하는 것의 붕괴.

 
⌈사랑을 간구해서는 안 돼요. 사랑을 요구해서도 안 돼요.  사랑은 자기 자신 안에서 확신에
  이를 수 있는 힘을 갖추어야 해요.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상대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끌어당기지요.⌋ -에바부인-


그 다음에 그녀는 또 다른 동화를 내게 들려주었다.
가망없는 사랑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 그는 가난하고 비참해졌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점점 자라났고, 
그는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을 포기하기보다는 차라리 주어서 썩어 없어지길 바랐다. 
그는 그 사랑이 자신 안의 다른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린 걸 느꼈다.
 그 사랑은 점점 막강해져서 끌어당기도 또 끌어당겼다. 
그 아름다운 여인은 따라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따라왔고,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려 그녀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앞에 섰을 때 그녀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잃어버린 온 세상이 끌어당겨진 것을 보고 느끼며 전율했다. 
하늘과 숲과 시내, 모든 것이 새로운 빛깔로 찬란하게 활기에 넘쳐 그에게 다가와 
그의 것이 되고 그의 언어를 말했다. 
그는 단순히 한 여인을 얻는 대신 온 세상을 마음속에 품게되었다. 
하늘의 모든 별이 그의 안에서 밝게 빛났으며 그의 영혼을 기쁨으로 반짝이게 했다. 

*그는 사랑했고, 사랑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
에바 부인을 향한 사랑이 내 삶의 유일한 내용인 것 같았다. 
내 존재가 이끌리는 대상은 그녀 자신이 아니며 그녀는 내 내면의 상징일 뿐이고 
나를 내 안으로 더욱 깊이 인도하려 한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그녀의 말은 종종 내 마음을 움직이는 간절한 질문들에 대한 내 무의식의 답변처럼 들렸다. 
.
.
내게 중요했고 운명이었던 모든 것이 그녀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 
.
.
그녀는 바다였고, 나는 물살이 되어 그 바다 속으로 흘러들었다. 
그녀는 별이었고, 나 자신도 별이 되어 그녀를 향해 갔다. 
.
.
세계가 새로워지려 하고 있어. 죽음의 냄새가 나고 있어.
죽음없이 새로운 것은 가능하지 않아. 

⌈우린 슬퍼하지 않아요. 어머니, 다만 이 새로운 징조들이 무얼 뜻하는지 수수께끼를 조금
  풀어 보려고 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올게 될 일은 불시에 들이닥칠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알아야 할 일을 알게 되겠죠.⌋

 그림자 하나가 우리를 뒤덮었다. 

제8장  종말의 시작 

데미안은 매일 끈기 있게 말을 탔다. 
그래서 나는 그의 어머니와 단둘이 있을 때가 많았다. 

나는 내 삶의 평화로움에 이따금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혼자 지내고 체념하고 고통과 ㅎ미겨운 싸움을 벌이는 것에 이미 오랫동안 익숙해 있어서, 
H시에서의 그 몇 개월은 오로지 아름답고 쾌적한 일들과 감정들에 에워싸여 마법에 걸린 듯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꿈속의 섬처럼 여겨졌다. 
그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새롭고 더 고매한 공동체의 전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따금 그 행복을 넘어 깊은 슬픔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것이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
내게는 고통과분주함이 필요했다. 

근원적인 감정들, 극히 사나운 감정들조차 적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잔혹한 행위는 내면의 발산, 내적으로 분열된 영혼의 발산에 지나지 않았다. 
그 영혼은 미친 듯이 날뛰며 죽이고 파괴하고 죽어서 새로 태어나기를 원했다. 
거대한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웠으며, 그 알은 세계였고 세계는 산산이 부서져야 했다.

 ⌈꼬마 싱클레어, 내 말 잘 들어! 나는 떠나야 해. ....  아마 네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하는 날이 
   언젠가 올지도 몰라... 그러면 네 안에 귀를 기울여 봐. 내가 네 안에 있는 것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에바 부인이 말했어, 만일 너한테 나쁜 일이 닥치면 에바 부인이 내게 해준 키스를 너에게 전해 주라고 했어,,,. 눈을 감아, 싱클레어! ⌋

  나는 순순히 눈을 감았다. 피가 조금 맺혀 있는 내 입술을 살짝 스치는 입맞춤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잠이 들었다.

....
그 후로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고통스러워싸. 하지만 이따금 열쇠를 찾아서 
나 자신 안으로 침잠하면, .... (중략)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나의 친구이면서 인도자인 그와 똑같은 모습이. 

                                                                                    -end- 


헤세는
1916년 5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카를 구스타프 융의 동료이자 제자인 심리 치료사 
요제프 베른하르트 랑에게 정신 치료를 받았다. 

그 경험은 헤세를 정신 분석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아니라 헤세의 
인생이 새롭게 방향을 정립하도록 도와주고 이후에도 계속 그의 삶과 문학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데미안⌋은 예술적인 창작력과 정신 분석의 만남이 빚어낸 갑진 결실이다.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처음 발표.
이후 본명으로 생전 93쇄 발표
데미안을 계기로 헤르만 헤세는 정신적 위기에서 벗어나 자신 안의 <데미안>을 좇아 
자신의 운명을 더욱 깊이 있게 살아 내는 작가로서의 인생을 새롭게 출발했다. 

<완벽한 서술 능력을 보여 주는 순수 문학의 본보기>라고 칭송. 
1차 세계대전 시기의 젊은이들은  데미안을 읽고 주변의 속박에서 벗어나 영혼의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오로지 자기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ㅇ요기와 희망을 얻었다. 

-삶은 저마다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 
싱클레어의 젊은 날의 이야기는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 충실해서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을 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싱클레어는 <모든 인간의 삶은 저마다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고, 길을 가려는
시도이며, 하나의 좁은 길에 대한 암시>라고 말한다. 
그 길은 결코 평탄하고 순조로운 길이 아니라 자신과의 힘겹고 지난한 긴 싸움의 여정이다. 

    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인간으로서의 삶
개구리나 도마뱀 개미로 머무를 것인지느 우리에게 달린 문제이다.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소명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러야 하는 오직 한 가지 소명밖에는 없다. 

⌈데미안⌋은 한 인간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 자기 자신의 내면에 이르는 힘겹고 고단한 여정에
대한 상징적인 이야기 이다. 

헤르만 헤세 - 1877년 출생 1982년 (82세) 별세